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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생일

20240524 금

음력생일

매년 정월이 되면 난 볼펜을 들고
온 가족 생일을 찾아 표시를 해둔다.
음력생일이라 매년 그 날이 바뀐다.
1월부터 차례대로 꼼꼼히 표시한다.
누구하나 누락되지 않도록 한번 더 훑어본다.

어릴 적 부터 지금까지 음력 생일을 챙기다 보니
왠지 꼭 지켜내야 할 미풍양속이다.

단지 예외가 있다면 학교에서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양력생일로 축하하고,
받는일이 부지기수다. 내 청소년기도 그랬던거 같다.
지금의 딸들도 양력생일에 맞춰 선물 오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미역국만은 음력날에 끊여먹어야 제맛이다.
그래야 더 잘 클것같고, 더 복 받을 것 같고,
조상님이 잘 지켜줄거 같은 안도감이 든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나의 음력생일.
이른 아침 남편의 미역국이 끓여져 있다.
아이들과 한그릇씩 후루룩 먹는다.
너도 나도 모두 만족이다.

카카오톡을 보니 양력생일 자 들이 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우연히도 내 음력생일과 겹친 이들에게 생일선물 날려주며 아침을 열었다. 내 음력생일인것은 비밀이다.
음력생일은 가끔 이런 우연을 선사하기도 한다.
색다른 기분전환이다.
내 생일에 누군가를 위해 더 베풀었기에
값진 삶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나는 이 음력생일 쇠기를 평생할 것 같다.
더 정성스레 생일을 들여다보는 것 같고
엄마가 물려주신 생활 철학같기도 하다.
다음 음력생일 차례는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