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8 금
남편보다 내 지인같은 그들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참 잘 기억했다. 특징도 잘 찾아 기억하곤 했다.
나이들어 아주 가끔 마주치는 초중고 동창들의 얼굴과 이름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얼굴에 20~30년 전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이름까지 자동반사적으로 뒤따르곤 한다.
남편은 친구를 만나든, 대학원 동기분들을 만나든, 인연맺은 누군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사람에 대한 기억력이 좋은
나는 어느새 남편의 지인들이 내 지인인듯 기억력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아니 저절로 쌓인다.
어느새 맞장구를 치며 잘 지내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묻곤했다.
유난히 힘들었지만 성취감을 극도로 느낄 수 있었던
남편의 성균관대학원 과정. 그곳의 지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내 귓전을 맴돌았다. 내가 학교에 같이 다니는 줄 알았을 것이다. 지인분들과 과제물에 대해 모르는게 없었다. 남편은 쉼없이 얘기했고 난 쏙쏙 귀로 담아냈다.
힘든 남편은 내게 그렇게하며 힘듦을 덜어냈던 것 같다. 사실 힘듦을 덜어준 것은 직접 함께 하며 성과를 이룬 그들 덕분이었음을 난 잘 안다.
나는 그저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 주었을 뿐이다.
남편은 이야기하다 “아 그분 그분.. 이름이 뭐더라..”
내가 “아 그분 *** 잖아”라고 얘기해주면, 나보다 더 잘 안다며 신기해한다. 그런 후 바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남편은 모든 만남을 극도로 자제하며 지내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설 때 나서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못나눈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그랬더니 서서히 그들에 대한 기억이 저편에서 잊혀지기 직전이다. 어서 빨리 이야기 나누며 장기기억에 남기고 싶다. 참 고마운 분들이기에...
그들을 기억하고 함께 얘기하면서
나는 남편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버거워하던 고통을 나눌 수 있었고
성장해가는 그를 보고 있어 흐뭇했었다.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늘 가슴 벅찼었다.
다시 만나는 날 꼭 한분한분 인사드릴 것이다.
당신 덕분에 우리 남편이 행복했었다고
그래서 나도 행복했었다고.
그래서 참 고마웠다고 꼭 전해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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