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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분명 그랬다. 남편은 분명 그랬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고. 나도 같이 다행이라며 약간의 호드갑을 더해주며 서로 안도의 숨을 쉰다. 며칠만에 남편은 실망의 표정으로 이것만으로는 아닌거 같다며 낙담한다. 난 '그래 쉽게 얻을 수 없지'하며 위로하고 다시 달릴 힘을 실어준다. 얼마뒤 남편은 활짝 웃으며 뭔가 찾은 당찬 눈빛과 뛰어난 언변으로 나를 안심시키며 이젠 된거 같다고 한다. 난 또 덩달에 잘했다며 칭찬과 격려를 한껏 쏟아내며 즐겁다. 또 며칠이면 푹죽은 목소리와 짙은 어둠이 깔린 표정으로 아직 부족한 상태인거 같다며 자책하고, 갈곳 잃은듯 허망한 상태로 주저 앉으려 한다. 난 괜찮다고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것 같다고 더 정진해 보자고 잘 하고 있다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이렇게 수없는 희망 .. 더보기
가을비가 내렸다. 꼬박 이틀이다. 쉴틈없이 빗소리가 들려왔다. 안개긴듯 뿌옇던 하늘이 도무지 가을 같지 않았던 요며칠이었기에 내심 반가운 비였다. 그렇게 나에게는, 푸른하늘을 기대하게 하는 설레는 비였다. 후~우 불면 이내 흩어져버릴것 같은 옅은 구름들이 푸른 하늘 여기저기 자리 잡지 못하고 바람따라 흘러다닌다. 맑게 고인 웅덩이로 하늘이 내려 앉았다. 웅덩이 안, 하늘은 총명한 해와 흩뿌린 구름이 흡사 어둠이 내려앉은 달밤같다. 달빛이 청초하게 빛나고 있는듯 하다. 그 그림같은 웅덩이 속을 남편도 들여다 보며 말한다. "오~~초승달같다." 난 활짝 웃는다. 해인데....보름달이겠지.... 깔깔 웃는 우리는 그저 행복할 뿐이다. 더보기
그들처럼 초가을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오후. 세명의 중년여성분들이 내 앞에 나란이 걸어가고 있다. 그 걸음이 우아하고 그 눈빛이 선하고 그 손짓이 따스해 보인다. 순간 나도 그들의 지인이 된 거 같은 친밀감이 든다. 나도 그렇게 나이들어 가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해 진다. 다정한 눈빛과 포용의 태도로 섬김의 자세로 난 나이들어 가고 싶다. 처음 마추친 그분들을 보며 또다시 다짐해본다. 그들처럼 나이들어가야함을. 더보기
마음이 길을 잃다. 괜한 억지다. 요즘 가족들과 자주 외출하는 이웃집을 보며 괜한 씁쓸함을 느낀다. 내가 우리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매번 느끼게 되니 그들의 부재가 난 싫은가 부다. 비교대상이 있을경우, 그 상대방을 괜히 원망하곤 한다. 나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나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을 그 상대방을 향해 난 원망의 화살을 날리곤 한다. 그래 이게 다 억지다. 마음의 길을 잃고 헤매는 내 책임이다. 모든 선택과 결정은 내가 했다. 내가 한 선택과 결정에 누구도 원망할 일이 아니다. 이 절대적인 사실을 종종 내가 불리해질때는 망각하곤 한다. 그럴때마다 길 잃은 마음은 또 누군가를 곱씹고 있다. 이 억지는 모든 일은 내 책임론이라는 무기에 바로 수그러진다. 다시 마음을 바로잡을 용기가 나에겐 있다. 그래서.. 더보기
서럽게도 맑은 하늘 어제 그토록 어두웠던 하늘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그지 맑고 투명한, 시리도록 눈부신 햇살이 이른 아침부터 방안 가득합니다. 이틀동안 쏟아진 폭우로 중부지방(서울, 인천)이 온통 물난리 대란이었습니다. 내가 머무는 세상도 온종일 쉴새없이 내렸습니다. 그냥 농수로의 수위가 좀 높아짐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그랬기에 타지역의 그 대란을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애타는 제보자들의 영상은 뉴스를 통해 그 참담함을 전했고 나는 그 참담함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복구의 시간이 참 지난할것인데 이 더위와 잇다른 비소식이 걱정입니다. 그 고통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이지만 놓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하늘은 오늘 이리도 서럽게 맑은 하늘입니다. 더보기
라이벌.. 2022.2.8.화 연예기사를 훑던 중, 이상화 선수의 라이벌에 대한 생각이 쓰여있다. 그녀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선 꼭 필요한 존재라고 표현한다. 나에게 그런 라이벌이 있었나? 나에겐 그렇게 이겨야만 했던 경쟁자도 그런 이기고자 하는 열정과 욕심이 없었던게 사실이다. 난 내게 주어진 평온한 일상 속에서 온실의 화초가 되어 있었다. 그 화초는 굳이 애쓸 필요가 없었다. 경쟁도 열정도. 길가의 잡초가 겪는 비, 바람 등의 척박함을 전혀 알 수 없었고 누군가에게 짓밟혀 매일매일이 전쟁터같은 치열함, 힘겨움을 나는 경험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것이 지금은 나를 가두는 족쇠가 되어버렸다. 경험치의 한계와 열정의 빈곤이 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니 발전과 성장을 게을리하고 있는게 맞다... 더보기
커피한잔. 건강한 삶의 일환으로 믹스커피를 끊고 알커피를 마시진 3개월이 되어간다. 산뽀끼를 하며 믹스커피에 중독되어버린 듯 하루에 두잔은 마셔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곤 했다. 몸은 원하지 않는 듯 거부하지만 어느새 종이컵에 맥심모카골드가 따뜻한 온기를 내뿜으며 나를 유혹한다. 그렇게 맛있다. 이랬던 내가 지금은 맥심모카골드를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 유혹도 못느낀다. 어쩔수없어 마시게 될 때면 후회가 막급이다. 참 간사하다. 혀끝이 간사한건지 건강을 생각하는 노파심 때문인지 그리 맛나게 마시며 행복해 했었는데..... 인생사가 그런건가부다 내게 머무르는 모든것이 다정히 머물듯 서성거리지만 언제든 자의든 타의든 차츰 빛을 바래가고 잊혀지고 잊어간다. 커피한잔에 이런 의미가 부여될 줄은 .... 쓰다보니 이렇다. 더보기
크리스마스 이브 2021.12.24.금 하늘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들어줄듯 온통 잿빛이었다. 그냥 잿빛이었다. 잠깐 아주 잠깐 진눈깨비가 흩날리긴 했지. 남편의 손을 잡고 오랫만에 극장앞으로 전진한다. 혼동과 자책의 한숨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다고 한다. 도대체 매수, 매도 타점이 보이지 않아 상승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