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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하정이

푸른하늘74 2024. 6. 19. 23:22

20240530

둘째 하정이

초롱초롱한 눈과
볼에 이쁘게 패이는 보조개가
정말 사랑스러웠던 둘째 하정이

하정이는 말없이
뒤에서 혼자 애쓰는 딸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하고
모든걸 애써 드러내지 않는다.
부모의 간접도 일절 사양이다.
한번 정한 결정은 한번도 거둬드린적이 없다.
그래서 둘째 하정이는 대견하면서도
우리의 이야기가 그 아이에게 가 닿지 않기에
참 어려운 딸이기도 하다.

한번 하기 시작한 것은 꾸준히 하는 하정이의 장점은 음악줄넘기, 주짓수, 제과제빵 등의 여가생활을 자기만의 특기로 만들어 가고 있다.
6년간 빠짐없이 연습했던 줄넘기는 전교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고, 주짓수는 시작한지 얼마 안되지만 아마 이것도 최고레벨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참 자기한테 잘 맞는거 같단다.
초등학생 때부터 음료와 빵, 쿠키를 만들어 내는 이 아이는 뭐하나 대충하는게 없다.
전자계량기를 사달다하더니
쿠키와 빵을 시시때때로 만들어 냈다.
이 취미생활은 진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문득
하정이는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다고 통보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하정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쯤, 곧잘 쿠키를 만들어내는 하정이에게 지인추천을 받아 권유해봤던 학교인데 하정이는 금시초문이란다.
때가 되니 갈 길을 찾아 고개를 반듯하게 세워준 하정이가 기특하고 고마웠다.
늘 어른스러워서 든든한 딸이다.

그런 하정이가 어제는 학원간다고 나가더니
하원시간보다 훨씬 이르게 집에 돌아왔다.
수업이 없는 날이단다.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다니.. 한달 일정을 꿰고 있었어야지....
엄마로서 이 정도의 조언은 필요할 것 같아 말해주지만 하정이는 안 듣는 눈치다. 다 알아서 하겠다는 저 표정, 나는 괜한 말을 한다 싶어 차오르는 말을 싹 거둔다.

’맞아, 우리 하정이 아직 어리지‘
문득 작은 깨달음이 몸 전체를 훑고 지나간다.

딸아이의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하다.
수학학원에서 수업일정을 끝내고
제과제빵 학원을 가기위해
퇴근시간에 대중교통을 타고 왕복 두시간을
이동했으니 절로 피곤하겠지. 게다가 헛수고까지 했으니 몸이 천근만근이겠지.
”오늘 하루 애썼어“  이 말 외엔 다 잔소리다.

이제 16살 중3 딸인 하정이가
아무리 어른스럽다하여도 아직은 청소년 아이다.
딱 그 만큼 나이먹은 아이로 바라봐야 한다.
너무 어른스런 하정이를 나는 어른으로 바라보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본다.

하정이는 참 잘 크고 있다.
알아서 잘 하리라 굳게 믿는다.
그래도 아직은 내 품안의 아이다.
안정적으로 싹을 틔우기 전까지는
영양분을 듬뿍 섭취해야 할 아이다.
충분히 사랑받고
충분히 인정받아야 하는
아직은 작은 아이
엄마아빠의 세상에서
그렇게 잘 자라나길 바래.
사랑한다. 작은 딸 하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