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다는 것
2024.5.8. 수
나를 사랑한다는 것
나에게는 두개의 이름이 있다.
공적인 이름 김은경과 사적인 이름 김연진이다.
가족, 친인척, 동네(지금은 동네라는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지만, 나 어릴 적엔 참 가깝게 이웃사촌들이 마을을 이루며 정답게 살아갔었다.)에서는 연진이라 불렸고, 국민학교 입학과 함께 호적상의 은경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모든게 낯선 환경에 이름까지 참 낯설었다.
그래서였을까?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이 불러주는
연진이란 이름에 더 편안함을 가지고 있었던거 같다.
그 이름에는 정겹고 따스한 느낌이 묻어있었고,
대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불러주는 은경이란 이름엔 왠지 낯설고 어색함이 묻어있는듯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연진과 은경 사이에서 살아갔던 거 같다. 십대에 이르고 나서 부터는 호적상의 이름으로 호명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그래도 은경이란 이름은 낯설었다.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 같다.
두 이름간의 괴리감은 나를 정체하게 만들었다.
연진이는 항상 착했어야 했고, 양보해야 했고
타인의 시선을 먼저 배려했어야 했다.
은경이는 그런 연진이의 그늘아래
그 어디쯤에서 웅크린채 살아갔다.
은경이는,
좀 더 당당해도 되었고, 용기내어도 되었고,
더 적극적으로 살았어야 했었다.
그렇게 내가 나를 찾지 못하고,
혼자 우뚝 서질 못했다.
이름 하나로,
나를 찾지 못했다 하고
혼자 우뚝 서질 못했다 하니
애석하고도 부끄럽다.
한편으론,
나 스스로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기도하다.
어린 나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결과라는 것을.
더 이상 나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
이젠 좀 더 당당하고
용기있게, 적극적으로 살아갈 것이다.
남은 삶은 자기애로 가득차게 살아봐야겠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
나는 은경이란 이름을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하려한다. 내 공적인 이름.
김. 은. 경.
그 이름을 세상밖으로 날려 보낸다.
아무도 나를 가둬둘 수 없다.
자유로이 날아 훌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