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곱게 필사하여
늘 간직하며 가슴에 새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필사를 해본다.
p. 272
공부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글을 꼽으라면, 당송8대가 중 한 사람인 한유의 <부독서성남>을 꼽겠다. 한유가 아들 성남에게 독서를 권하는 글로 구절구절 사무치는 깊이가 느껴진다.
나무가 둥글게 혹은 모나게 깍이는 것은
단지 목수의 손에 달려 있고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것은
뱃속에 글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열심히 공부하면 글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지만
게으름을 피우면 뱃속이 텅 비게 된다.
배움의 이치란
태어났을 때엔 누구나 현명함과 어리석음이 같지만
배우지 못했기 때무에 그 들어가는 문이 달라지는 것이다.
두 집안에서 아들을 낳았다 해보자.
둘 다 어린 시절에는 별 차이가 없고
조금 자라서 같이 모여서 놀 때에는
무리지어 헤엄치는 물고가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나이가 열두서넛이 되면 서로 능력을 나타내는 점이 달라지고
스무 살경이 되면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져
맑은 냇물과 더러운 도랑을 비교하는 것처럼 차이가 난다.
그 후 서른 살, 골격이 굵어질 나이가 되면
하나는 용이 되고 하나는 돼지가 된다.
신마와 비황은 높이 뛰어 내달릴 뿐
두꺼비 따위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결국 한 사람은 말의 고삐 잡는 시종이 되어
채찍 맞은 등에서는 구더기가 끓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삼고 재상의 고귀한 사람이 되어
대저택의 깊은 곳에서 의기양양하게 지내게 된다.
여기서 묻는다. 무쓴 까닭으로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배우고 배우지 않은 차이다.
금이나 옥이 귀한 보배라고들 하지만
너무 쉽게 쓰게 되고 깊이 간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문은 몸에 간직하는 것이다.
그 몸만 있으면 아무리 써도 남음이 있다.
군자가 되고 소인이 되는 것은
그 부모와 관계있는 것이 아니다.
보아라.
삼공의 후예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
몸을 실을 당나귀 한 마리 없이 문밖에 나서는 것을.
문장은 귀한 것이다.
경서가 가르치는것이 곧 전답과 다름이 없다.
길바닥에 고인 물은 근원이 따로 없다.
아침에 구덩이가 가득 찼다가도
저녁이면 말라 없어지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고금에 통하지 않으면
말과 소가 사람의 옷을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불의에 빠진 상태에서
어떻게 명예를 바라겠는가
지금 계절은 오랜 장맛비가 갠 가을이다.
맑고 시원한 기운이 들판에 일어나니
점점 등불을 가까이 할 만하고
책을 펼칠 만한 시절이다.
어떻게 아비가 아침저녁으로 너를 걱정하지 않겠느냐
너를 생각하면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엄하게 교육시키려는 마음을 서로 일치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시를 써서
네게 머뭇거리지 말고 공부에 정진하라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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